- 소설은 잭 토랜스의 과거사와 불안정한 심리에 대한 묘사로 가득했는데, 영화에선 그걸 거의 다 쳐내다시피 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호텔에 와서 점점 미쳐갔다' 정도의 묘사에 그칩니다.
- 예컨대 잭 토랜스는 한때 나름 유망한 작가였지만 심각한 알콜 중독에 빠졌으며, 술을 끊은 후로도 종종 강한 유혹에 시달립니다. 호텔 일을 맡기 전까지는 잠시 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었구요. 영화에선 제대로 안 나왔죠.
- 교사로 일하던 잭 토랜스는 자신의 차 타이어에 구멍을 내려는 학생을 보고, 만취 상태에서 두들겨팹니다. 학생은 중태로 병원에 입원했고 잭은 당연히 정직당합니다. 알콜 중독 경력으로 인한 고용 불안, 가장으로서의 부담감은 잭 토랜스의 멘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죠.
- 잭 토랜스는 아들에게 거칠게 손을 대어 다치게 한 적이 있습니다. 영화에선 잭이 환영과 대화하다가 '살짝 밀쳤다'고 실토하는 장면이 나오죠. 하지만 실제로는 거칠게 내팽개쳐서 대니의 팔을 부러뜨렸습니다.
- 잭 토랜스 또한 어릴 적 자신의 알콜 중독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와 닮아가는 자신을 인식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묘사가 자주 나옵니다.
- 또한 오버룩 호텔에 얽힌 어두운 사건들을 매력적인 소재로 판단하여 소설을 쓰려고 하는데, 호텔의 평판을 염려한 지배인에게 제지받는 것도 스트레스의 원인 중 하나가 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 토랜스는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많이 사랑합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죄책감, 유년 시절에 학대당한 기억, 알콜 중독으로 인한 고통이 뒤섞여 갈등하는 잭의 내면 묘사가 소설의 상당 분량을 차지합니다.
2. 샤이닝
- 호텔의 흑인 요리사인 딕 할로런이 대니에게 샤이닝에 대한 얘기를 해주는데, 소설에선 그 설명이 보다 자세히 나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샤이닝' 능력을 갖고 있으며, 일상에서는 그것이 직감이나 본능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다만 그것을 특별한 초능력으로 자각하는 사람이 극소수일 뿐.
- 대니가 시험 삼아 자신의 메가톤급 샤이닝을 할로런에게 발산했을 때, 할로런이 큰 충격을 받고 피를 흘리는 장면도 있습니다.
- 잭 토랜스가 호텔의 악령들에게 특별히 강한 영향을 받은 것에는 본인의 부끄러운 과거도 작용했지만, 특별히 예민한 지각 능력을 가진 탓이기도 합니다.
- 소설에선 실제로 잭과 대니와의 교감이 강하게 이루어지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머릿속에서 읽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이를 통해 잭 토랜스 또한 남다른 '샤이닝'의 소유자임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3. 기타
- 가족이 호텔에 오기 전부터 웬디는 아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남편 잭에게 경계심을 갖는 동시에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한동안 신경질적인 남편에게 잡혀 살았던 것으로 묘사됩니다.
- 웬디는 눈에 띄는 금발 미인이라는 설정인데, 영화에서는 그다지 예쁘지 않고;; 다소 음울한 인상의 셜리 듀발이 캐스팅되었습니다. 이 캐스팅은 스티븐 킹은 물론 상대역인 잭 니콜슨까지도 반대했다고 합니다.
- 호텔의 악령들이 구체화된 형상은 영화판에서도 여럿 그대로 등장합니다. 바텐더 로이드, 웨이터로 나오는 전 지배인, 237호실의 여자 등등...
- 소설에선 호텔 정원에 있는 동물 장식들도 호텔에 빙의되어 살아 움직이며 주인공 일행을 궁지로 몰아넣는데, 이건 영화에서 깔끔히 버렸습니다.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는 큰 예산을 써야 했을 수도 있고, 영화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죠.
4. 결말
- 딕 할로런이 대니와 교감하며 위기를 감지하는 장면은 영화에서도 어느 정도 묘사됩니다. 하지만 기껏 도착하자마자 도끼를 맞고 한방에 죽는 영화에서와는 달리, 소설에서는 웬디, 대니와 함께 끝까지 살아남아 탈출합니다. 그리고 한동안 대니와 머무르며 그에게 샤이닝에 대해 많이 가르쳐줬다고 합니다.
- 결말을 보면, 완전히 미쳐서 아내와 아들을 죽이겠다고 돌아다니던 잭 토랜스가 강력한 샤이닝을 가진 대니의 영향으로 잠시나마 호텔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제정신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아들과 아내의 탈출을 돕기도 합니다.
- 제정신이 아니었던 잭이 보일러 압력을 조절하는데 실패한 바람에 호텔은 폭발하고, 잭도 폭발에 휘말려 죽습니다. 이 때 가까스로 일행이 탈출하는데 성공하구요.
- 끝까지 절뚝거리며 대니를 쫓아가다 미로에서 길을 잃고, 모양 빠지게 얼어죽는 영화의 결말과는 확연히 다르죠. 영화를 싫어한 것으로 유명한 스티븐 킹이 그 중에서도 가장 싫어했다고 하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