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플레이스> 속편을 단연코 거부했던 감독이 생각을 바꾼 이유
2018년에 대히트한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속편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이번 주말에 드디어 일본에서도 개봉된다. 앞서 공개된 미국에선 당당히 1위로 데뷔. 2주차에는 2위로 떨어졌지만, 3주차에 다시 정상에 복귀했다. Rottentomatoes.com에서 신선도 91%로 비평가들의 평가도 무척 좋다.
뜻밖에도 감독 겸 각본가인 존 크러진스키도 주연 여배우인 아내 에밀리 블런트도 속편을 만드는 것에 크게 반대했다. 첫 부부 공동 작업에 예상치 못한 대성공을 거둔, 굉장한 경험을 한 두 사람은, 그것을 특별한 것으로 남겨두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속편, 시리즈화를 중시하고 있다. 이미 생겨난 지명도를 이용해야 위험을 줄이고 승산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1,700만 달러라는 알뜰한 예산으로 제작돼서, 전 세계에서 3억4,000만 달러나 벌어들인 성공작을 그대로 방치하다는 건 스튜디오로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업계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크러진스키는 창조자인 본인 없이 스튜디오가 속편을 위해 새 감독을 물색한다 해도 화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저는 스튜디오 측에 ‘행운을 빕니다.’라고까지 말했죠.”라고 밝힌 크러진스키. 하지만 “성공했으니 무조건 속편을 만든다는 자세는 개인적으론 싫어요. 그건 관객의 입장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봐요.”라고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속편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또 있었다. 소리에 반응하는 괴물들이 공격해 온다는 설정을 지닌 이 공포영화는, 블런트와의 사이에서 두 어린 딸을 둔 크러진스키에게 있어서, ‘무슨 일이 생기든 내 아이를 지키겠다.’는 개인적인 다짐을 담은 작품이었던 것이다.
“공포영화인데 의외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지만, 저에게 있어선 딸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였어요. 저는 진정으로 열정을 느끼는 것 외에는 만들 수가 없어요. 첫 번째 영화는 저의 마음가짐을 듬뿍 담은 작품이었죠. 그 이상으로 개인적인 것을 만드는 건 불가능할 거라 여겼죠.”
하지만 1편과 같은 지점에서 속편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1편 마지막에 크러진스키가 연기한 ‘리’는 스스로 희생하게 된다. 리는 더 이상 자식들을 지킬 수가 없다. 하지만 평범하게 살아간다 해도 그런 날이 언젠가 반드시 올 거란 걸 크러진스키는 깨달았다고 한다.
“아버지 리는 ‘내 곁에 붙어있어라. 그러면 괜찮을 거야, 라며 아이들을 안심시키려 했죠. 하지만 마지막에 그는 그 약속을 못 지키게 됩니다. 하지만 부모인 이상 그 일(아이들과 떨어지는 것)은 언젠가 어디선가 일어나게 되죠.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서 자취를 할 때나, 결혼을 할 때 등. 우리 모두는 언젠가 아이들과 헤어져서 각자 살아가게 되죠. 영화에 나오는 두 아이들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어떻게 마주할지? 그것을 통해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보호받던 환경에서 떠날 수밖에 없는 그들은 어떤 세상을 직면하게 될지? 저에게 있어서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 같은 이야기의 연장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서 크러진스키는 머릿속에서 스토리를 짜기 시작했다. 주연을 맡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드라마 <톰 클랜시의 잭 라이언>을 촬영하면서도 줄곧 생각해 오다가, 스토리를 확정한 뒤, 3주 동안 단숨에 각본을 완성시켰다.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의 방향성에 블런트도 대찬성해서, “그런 영화라면 꼭 만들어보자”며 한껏 들뜬 기분이 됐다.
속편을 만들 때 넣어보려 했던 또 다른 아이디어는, 괴물들이 지구에 쳐들어온 날의 상황을 그리는 것이다. 1편에선 그 부분이 설명되지 않았지만, 속편에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침공한) 첫째 날부터 시작된다.
“1편을 본 관객들이 ‘첫째 날은 어땠을까?’, ‘(리의 가족들 외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라고 말하는 걸 듣고서 ‘바로 그거야’라고 생각했죠. 저도 그 부분이 궁금하다 싶어서요. 첫째 날이 어땠을지 하는 부분은, 사실 1편을 만들 때부터 상상을 펼쳐 봤어요. 그 장면을 넣어볼까 생각도 했죠. 그렇게 안 한 건, 관객들을 한 가족의 세계로 단번에 뛰어들게 하고 싶어서였어요. 속편을 통해 마침내 첫째 날을 보여줄 기회를 갖게 됐죠.”
그런데 괴물들은 어떻게 지구에 온 것일까?
하지만 이번 영화에 나오는 첫째 날 장면에서도 괴물들이 어디서 어떻게 지구에 온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물론 크러진스키에겐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다.
“괴물들이 태어난 곳은 빛이 없는 새카만 곳이죠. 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진화 과정에서 그들은 눈을 볼 수 없게 된 거예요. 대신에 소리에 과민하게 반응해요. 그리고 과거에 만들어진 외계인 관련 작품들에선 외계인들이 지성을 가진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서, 다르게 표현하고 싶기도 했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땅 위에도 지성이 없는데도 아주 위험한 생물이 존재하잖아요. 지성이 없는 그들은 자의로 지구에 온 게 아니에요. 뭔가 큰 폭발 같은 것이 일어나서 지구에 떨어진 거죠. 그들은 말하자면 기생충 같은 거예요. 우주선을 만들 능력은 없어요.”
이 무서운 괴물은 속편에서도 맹위를 떨친다. 그리고 그들은 앞으로도 계속 날뛸지도 모른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속편을 만드는 게 당연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만든다면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발전이어야만 하죠.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저한테 다음편의 아이디어가 있어요. 이번 작품에 다음편과 연결될 수 있는 이스터에그가 숨겨져 있죠. 저는 이 세상에 대해 고민하는 걸 좋아해요. 이 세상에서 다른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말이죠.”
속편도 대성공한 현재, 다음편도 분명 기대가 된다.
출처 : 익스트림무비 'golgo'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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