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프로스포츠에서 팀을 운영하는 3가지의 방식인 윈나우, 탱킹, 리툴링에 대해 설명하고 시작할게요
윈나우는 말 그대로 당장의 대권을 노리며 유망주 지명권 다 팔면서 스타플레이어 쓸어담고 성적만 바라보는 형식이고
탱킹은 팀에서 잘하는 선수 팔고 그 자리에 유망주나 애매한 탱킹장군 세워서 리빌딩 명분으로 고의적으로 꼬라박아 유망주 경작하면서 드래프트 높은 순위 노리는 형식이고
리툴링은 윈나우와 탱킹 그 사이에 있는데, 기존 선수들은 유지하면서 일부 포지션의 선수를 지속적으로 교체하며 발전시켜나가는 형식입니다.
사실 드래프트 개념이 없고 강등제가 도입된 유럽축구에서 탱킹은 불가능하고, 자본에서 앞서는 강팀들은 지속적인 윈나우고 중하위권은 강제적인 리툴링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
레스터도 어케 보면 강제적인 리툴링 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있음. 캉테 팔고 멘디, 은디디, 드링키 팔고 아드리안 실바, 마레즈 팔고 매디슨, 매과이어 팔고 윤주, 칠웰 팔고 카스타뉴. 이런 식으로. 그런 과정에서 틸레망스, 히카르두, 에반스, 저스틴과 같은 이적생을 추가영입하고 반스, 함자, 기차와 같은 유스를 끌어올리며 스쿼드의 질을 추가하는 방식을 거쳤으니.
이렇게 보니 레스터와 궤도가 비슷한 팀이 느바에 있는데, 그게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식서스는 탱킹을 선언한 13/14시즌부터 16/17시즌까지 압도적으로 꼬라박으며 상위픽으로 유망주를 수집했습니다. 이건 레스터와는 방식이 다르지만 일단 코어들을 어린 선수들로 꾸렸다는 공통점은 있으니까요.
그 저열했던 과정을 거치고 나니 17/18시즌부터 동부의 강자로 떠올랐는데 기대치에 플옵에서의 결과는 미약했죠. 동부에서 2라/2라/1라 탈락이었으니까.
식서스는 지금의 레스터처럼 소수의 베테랑과 코어로 도약한 어린 선수들로 로스터를 꾸렸고, 그런 과정에서 나온 경험부족/뒷심부족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식서스 팬들은 그 프로세스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해요. 이렇게 꼬라박았는데 얻은게 뭐냐. 우리는 결국 실패한거 아니냐.
하지만 식서스는 그런 실패의 과정을 거치면서 더 성숙해졌고, 리그 MVP급으로 도약한 엠비드, 본인만의 스타일을 점차 찾아가는 시몬스, 리그 정상급의 포워드로 도약한 해리스를 중심으로 동부 1위를 차지했습니다. 물론 컨파에서 만날 수도 있는 빅3 중심으로 뭉친 네츠와의 시리즈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암튼 형식이 잘 맞지도 않는 식서스의 예시를 든 이유는 이런 리툴링 팀들은 2~3시즌의 결과론적 실패로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만약 이 팀이 한 선수 영입하는데 70~80m 쓰는 팀이고, 주축 선수들의 타임이 끝나가는 팀이라면 절대적으로 실패한 시즌이었던게 맞습니다. 하지만 이 팀은 그렇지 않죠.
당장 코어들 연령대만 살펴봐도 답이 나오는게 카스타뉴 95년생, 매디슨 윤주 나초 은디디 96년생, 틸레망스 반스 최두리 97년생, 저스틴 98년생, 포파나 00년생, 토마스 01년생.
당장 1군 스쿼드 절반이 아직 25살도 넘지 않은 선수들이고 심지어 지금 링크 뜨는 수마레는 00년생, 고도리 페레이라는 96년생, 에두아르는 98년생, PSV 마두에케는 02년생..
로저스가 인정했듯, 레스터는 한 선수에게 60m을 쓰는 팀이 아닙니다.
그 선수를 60m, 어쩌면 그 이상으로 키워내는 팀이지.
"그러나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인간은 파멸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나오는 문장이 있는데, 이 문장은 주인공인 산티아고가 모든 고난을 뒤로한 채 청새치를 잡으려 하는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나옵니다. 결국 노인은 파멸할 수도 있었지만 패배하지는 않았고, 청새치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며 다시 육지로 돌아오죠.
레스터의 미래?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어찌저찌해서 청새치 잡은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냥 잡어일 수도 있고, 유로파에 코로나 스노우볼로 매디슨 틸레망스 쇠윈쥐에 로저스까지 다 런할 수도 있고. 그러나 레스터는 이미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존 유니폼 스폰서였던 킹파워와의 계약 규모는 연간 약 4m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스폰서인 FBS와의 계약 규모는 최소 10m이 넘는다는게 정설이고, 아디다스와의 계약도 기존 C팀에서 B팀으로 승급하며 약 15m 이상을 받는다는 얘기가 있죠. B팀인 리옹이 아디다스에게 받은 금액이 그정도 되니까.
비차이의 꿈은 레스터가 지속가능한 강팀으로 성장하는 것이었고, 그의 유지를 물려받은 아이야왓과 루드킨, 수잔, 로저스는 이 프로세스를 충분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지켜보고 믿을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이 팀이 연속된 파멸을 극복하고 탑6의 카르텔을 허물 것인지, 아니면 결국 실패할 것인지.
출처 : rocksoccer "Miyawaki Sakura"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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