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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보면 이는 전 세계에 붐을 일으킨 4-2-3-1의 변형형입니다.

포백 위에 무려 6명의 미드필더가 돌아다니면서 역습이 시작되면 4-2-3-1로 변화하여 빠르게 골을 꽂는 이러한 형태는 지난 5년간 전 유럽을 재패한 전술입니다.

 

 

 우선 이 제로톱 전술을 가장 먼저 해낸 팀과 감독은 06-07 시즌의 스팔레티사단이 이끄는 AS 로마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의 로마에게 가장 이상적인 전술은 제로톱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공격진의 연이은 줄부상은 스팔레티에게 새로운 창조를 요구했고 최고의 전설 프란체스코 토티를 이용한 제로톱이 창조되었습니다.

 - 07-08 시즌의 로마

 AS로마의 제로톱은 기본적으로 토티가 중심이 됩니다. 토티는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아닌 '트레쿼르티스타' 롤에서 경기를 시작합니다. 왼쪽에서는 미르코 부치니치가, 오른쪽에서는 만시니가 섰으며 중원은 다니엘레 데 로시를 중심으로 굳건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한 로마는 기본적으로 역습을 꾀했습니다. 부치니치와 만시니의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드리블은 여기에 적합했으며 무엇보다도 '황제' 토티의 천재적인 능력은 트레쿼르티스타와 최전방을 오가며 빛을 발했습니다.

 

 로마는 공격수의 줄부상속에서도 4-6-0의 발견을 통해 06-07시즌 세리에 2위와 코파 이탈리아 우승을 일궈냅니다. 게다가 '황제' 토티는 시즌 26골을 기록하며 유럽 최고의 공격수로 등극했습니다. 최고의 경기는 로마가 코파 이탈리아 결승에서 인테르를 6-2로 참패시킨 경기입니다.

 

 그러나 로마는 최고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얇은 스쿼드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창조였기에 이는 창조의 빛을 가리는 그림자의 역할 또한 해냅니다. 대표적으로 로마는 06-07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7-1의 대패를 당합니다. 주전이 거의 출장하였으나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역습을 잘할 이 잉글랜드의 거인을 상대로 로마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펼치지 못했고 참혹한 결과가 나타납니다. 또한 트레쿼르티스타의 완벽성을 갖춘 토티의 부재는 영원한 숙제로 남기 시작했으며 스팔레티는 결국 로마를 떠나갔습니다.

 

 이렇게 토티를 가진 로마는 4-6-0을 세상속에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토티를 가지지 못한 상태에 대비하지 못했으며 무엇보다도 역습이 막힐때에 사용될 전술적 다양성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로마의 재정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으며 선수진의 부상행진도 그에 충분히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로마의 제로톱은 단순히 임기응변에 지나지 않고 그 후에도 유럽을 휩쓸게 됩니다.

 

 

 두번째로 이 전술을 사용한 구단은 로마의 제로톱을 깨부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입니다. 07-08 시즌 퍼거슨이 이끄는 맨유는 제로톱을 가장 완벽하게 성공시킨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자국리그 우승,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빛나는 맨유는 또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최고의 선수를 생산해냅니다.

 

-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선발 라인업

 

 맨유의 제로톱은 4-6-0을 한번 더 변형시킨 결과물입니다. 이는 호날두라는 존재가 있기에 가능했던것이죠. 호날두는 07-08시즌 리그에서만 31골을 뽑아내는 괴물같은 능력을 선보입니다. 그는 피파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를 거머쥐었고 리오넬 메시와 함께 이 시대 축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아이콘으로 떠오릅니다.

 

 맨유는 형태는 4-4-2이나 내용면은 4-6-0인 특이한 양상을 보입니다. 위의 사진과는 다르게 07-08시즌의 핵심은 하그리브스가 아닌 대한민국의 박지성이었으며 루니와 테베즈의 괴물같은 활동량과 호날두의 천재성이 더해진 맨유의 역습은 최전방에 누가 서든 이상해보이지 않을정도였습니다. 스팔레티가 트레쿼르티스타의 변칙적 공격성을 활용했다면 퍼거슨은 루니와 테베즈, 박지성의 놀라운 활동량과 호날두의 득점에 대해 보이는 강력한 집착을 이용합니다.

 

 이 당시 맨유의 기본적인 틀은 역습과 스위칭 단 두가지였습니다. 루니와 테베즈, 호날두는 계속적으로 서로간의 위치를 바꿔냈으며 박지성은 에브라의 오버래핑과 호날두의 공격성을 커버해주는 수비형 윙어로 변모합니다. (물론 박지성도 굉장한 공격성을 갖췄습니다. 호날두, 루니, 박지성의 세명이 달려가 골을 만들어내는 전설적인 장면도 여기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빠르고도 정확하며 기계같은 역습전술은 유럽의 모든 팀들을 찢어버리기에 충분했고 무엇보다도 호날두라는 슈퍼스타의 득점력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맨유는 이 전술을 통해 유럽을 제패하고 자국 리그를 제패합니다. 이후 테베즈와 호날두의 이적은 몇번째인지 모를 퍼거슨의 리빌딩 시즌을 불러왔고 이는 맨유의 진정한 주인공이 퍼거슨이라는것을 보여주고 있죠.

 

 마지막으로 제로톱을 사용한 최고의 팀은 현재진행형인 바르셀로나입니다. 레전드 출신 펩 과르디올라의 지휘 아래 08-09 시즌 트레블이라는 결과를 일구어낸 그들은 또 다른 전설 리오넬 메시를 중심으로 한 제로톱 전술을 구상해냅니다.

 

 

 

 바르셀로나의 제로톱은 뭔가 달라도 '다릅니다.' 전 유럽 최정상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로 이루어진 이 팀은 기존 제로톱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줍니다. 우선 그들의 테마는 역습이 아닌 창조입니다. 또한 기계가 아닌 깃털이라 할 수 있을겁니다. 그들은 수비라인을 한껏 올려서 플레이하고 상대방을 지배하며 끊임없는 패스와 돌파, 강력한 역습마저 갖춘 모든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현재 리그 최정상 가도를 달리고 있고 지난시즌 인테르의 무링요를 설복하기라도 하는듯 레알 마드리드의 무링요를 5-0으로 대파하며 엘클라시코의 역사를 작성했습니다.

 

 바르셀로나식 제로톱의 주인공은 세계 최정상의 아이콘 리오넬 메시입니다. 08-09시즌 트레블을 일구어낼 때 메시는 오른쪽 윙포워드와 중앙을 넘나들며 최전방의 에투를 지원하고 스스로 득점을 올려냈습니다. 또한 지난시즌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전술적 효용성을 없애버리면서 과르디올라에게 제로톱의 채용을 이끌어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감독인 펩은 즐라탄을 밀란으로 임대시키고 다비드 비야를 영입하며 전술의 모든 초점을 메시에게 맞춰갔습니다.

 

 최고조로 올라간 라인에서부터 그들의 패싱은 시작됩니다. 헤라르드 피케와 다니엘 알베스는 빌드업의 주인공이죠. 그들은 최전방으로 보내는 정교한 패스와 크로스도 서슴치않고 이는 사비와 이니에스타, 부스케츠가 이끄는 중원을 거치면서 더욱 강력해집니다.다비드 비야, 리오넬 메시, 페드로의 포지션 또한 정해진게 없습니다. 메시는 주로 중앙에서 플레이하지만 측면에서의 드리블도 서슴치않고 페드로와 비야역시 최전방까지의 침투를 즐깁니다. 여기에 마치 오른쪽 윙포워드처럼 올라오는 다니엘 알베스의 존재는 바르셀로나의 전체 포메이션을 일그러뜨리고 모든 공격은 숨어버린 그림자와 갑자기 나타나는 화살로 점철됩니다. 한명은 활시위를 당길 준비를 하며 한명은 수비 사이로 그림자처럼 사라집니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실체가 된 그림자의 발에 거쳐 골로서 탄생되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바르셀로나의 모든 선수진이 활시위이자 그림자이자 화살이라는 겁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들은 포메이션을 일그러뜨리는 동시에 상대방의 포메이션 또한 일그러뜨립니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공격상태이고 상대는 수비상태라는거죠. 무엇보다 이 모든것의 주인공은 피파발롱도르의 초대 수상자이기도 한 리오넬 메시입니다. 토티의 천재성이 트레쿼르티스타의 변칙을 일구어냈다면 메시의 천재성은 메티아푼타의 효율을 최고조로 이르게 했습니다.

 

 가장 무서운 사실은 그들이 아직 '현재진행형' 이라는 겁니다. 이미 트레블을 일구어낸 팀이 다른 방식으로 정상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상급의 선수들도 가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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